[회고] 첫 직장 클라이온 퇴사 후기


2024년 5월,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했던 첫 회사를 1년 11개월간의 여정 끝에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의 깊은 경험과,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첫 입사 계기: 우연한 기회와 본능적인 선택

사실 처음부터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2024년 3월까지 ‘CJ Cloud Wave’ 교육을 수강한 후, 약 한 달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지원했던 몇몇 대기업은 서류나 코딩 테스트에서 고배를 마셨고, 졸업 전 스펙을 보강하기 위해 AWS나 쿠버네티스 자격증을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몇몇 회사에서 신입 DevOps Engineer 포지션으로 입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가고 싶었던 기업들을 위해 조금 더 도전해 볼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면접 경험이 전혀 없던 제게 ‘면접 역량을 키우고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제안이 온 회사들의 면접에 모두 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면접을 본 모든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실무를 전혀 모르는 대학생이었음에도, 그동안 치열하게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열정을 좋게 평가해 주신 덕분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향해 조금 더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빠르게 실무 경험을 쌓으며 성장한 뒤에 다음 단계를 결정해도 늦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특히 면접관으로 오신 실무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곳에서라면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겠다”는 본능적인 이끌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면접 경험이 가장 좋았던 회사를 선택해, 2024년 5월 7일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Platform Engineer로서 첫 걸음

제가 속한 부서는 개발본부의 ‘Platform Engineering’ 팀이었습니다. 당시 팀장직은 개발본부의 본부장님이 겸임하고 계셨고, 실무진은 사수님과 저 단둘뿐인 단출한 구조였습니다.

입사 첫날, 본부장님과의 면담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본부장님께서는 Platform Engineer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단순한 DevOps를 넘어 클라우드 인프라, CI/CD 파이프라인, 네트워킹, Observability, 보안, 그리고 OSS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전반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팀원이 많지는 않지만 사수 실력은 확실하니, 딱 3년만 여기서 제대로 구르면 어디서든 인정받는 시니어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첫 면담 이후 그 말씀은 제 커리어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플랫폼 전반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단단하고 믿음직한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첫 프로젝트 - 사내 SaaS 플랫폼을 구축과 배포

입사 당시 회사는 7월에 예정된 신규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개발이 한창이었습니다. 갓 입사한 저는 교육 기간을 거치며 어깨너머로 흐름을 배우고 있었고, 교육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쿠버네티스 환경에서의 배포 업무를 마주했습니다.

이미 사수님께서 안정적인 CI/CD 환경과 자동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두신 덕분에, 저는 기존 Dev 환경을 참고하여 Prod 환경을 구성하고 Grafana 모니터링 대시보드를 구축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사수님의 든든한 가이드 덕분에 무사히 첫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고, 이를 시작으로 클라우드, 쿠버네티스, 모니터링 시스템, 오픈소스 활용 등 점차 영역을 확장하며 엔지니어로서의 근육을 키워나갔습니다.


사내 서비스 운영과 외부 SI 프로젝트의 병행

매일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적용하며 사내 서비스를 더 안정적이고 고도화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무척 보람차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공들여 출시한 사내 SaaS 서비스는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서비스의 부진은 곧 개발본부 전체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른 본부에서는 MSP 사업이나 클라우드 구축, 컨설팅으로 매출을 내는데, 개발본부는 돈만 쓰는 조직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본부에서 비즈니스 구조상 R&D 조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인지 혹은 기타 다른 이유때문인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본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서비스 출시 후 몇 달 채 지나지 않아, 저희 팀은 사내 서비스 운영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을 위한 외부 SI 프로젝트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지만, 이때 경험한 프로젝트들은 제게 또 다른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진행하게 된 것들이 이전에 적었던 다음 프로젝트 들입니다.

AWS 기반 신규 서비스 설계 및 구축 AWS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AWS 시스템 운영 (1) - 운영 자동화 AWS 시스템 운영 (2) - 운영 자동화


본부의 해체, 그리고 이직을 결심하기까지

지방 출장과 파견, 외부 프로젝트를 정신없이 소화하는 와중에도 사내 B2B 서비스의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행히 영업이 성공하면서 몇몇 기업 고객이 생겼고, 운영 업무는 더 막중해졌지만 여전히 일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내실은 급격히 기울어 가고 있었습니다. 파견 근무 중 겪은 임금 체불은 큰 불안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개발본부를 아우르던 본부장님을 비롯한 다른 이사님들의 퇴사 소식이었습니다.

본부장님은 퇴사 직전 저희 팀을 불러 “회사가 더 이상 기술을 고도화하거나 서비스를 유지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본부가 해체되기 전에 하루빨리 이직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셨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흘러갔고, 본부장님이 떠나시자마자 개발본부는 해체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은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공 운영 MSP 팀으로 발령받았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에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경영기획실장은 기술과 업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엔지니어링과 단순 공공 운영 업무의 기술적 갭(Gap)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어차피 같은 클라우드 환경이니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억울한 마음을 누르고 제가 그동안 담당했던 사내 네트워크 관리, SSL 인증서 교체 등의 명확한 업무 범위(R&R)를 재정의해 줄 것과 향후 커리어 방향성을 어필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차가웠습니다.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제 의견은 묵살되었습니다. 약 2년간 밤낮없이 군말 없이 일했고, 단 하나의 사고 없이 모든 프로젝트를 완수해 왔다고 자부했는데, 그간의 노력이 전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순간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회사의 재정적 불안정성을 차치하더라도, 엔지니어로서 쌓아가고 싶은 제 커리어와 가치관을 이 회사에서는 더 이상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업무를 병행하며 틈틈이 이직을 준비했고, 다행히 좋은 제안들을 받아 당당하게 퇴사를 선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마지막 몇 달간의 씁쓸한 기억을 제외하면, 클라이온에서의 시간은 제게 분명 값진 자양분이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와 연봉 동결, 임금 체불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제가 하고 싶었던 기술을 마음껏 펼치고 주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이었습니다.

비록 예상보다 이르게 첫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지만, 기술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크게 성장하며 단단한 초석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둥지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도전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치열하게 쌓아온 경험을 무기 삼아,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며 더욱 단단하고 실력 있는 엔지니어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